일 년 정도 일을 하면서, 포스팅을 전혀 작성하지 않았다. 그 동안 남겨두면 좋았을 내용들 중 떠오르는 것만 몇 가지나 되는 것으로 보아 그것보다 훨씬 많은, 남겨두면 좋았을 내용들이 있었으리라. 처음 포스팅을 시작할 때의 나는 구직 상태였고 포스팅의 목적은 주로 내가 이 정도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어떤 짧은 주기의 목적을 갖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단순히 일을 시작해야겠다는 막연한 목표보다 매일, 아니면 적어도 이틀에 하루는 연습문제를 풀어 코드를 남기거나 유명한 알고리즘 하나를 이해하고 설명하는 포스팅을 남기겠다는 작고 많은 목표를 가지는 게 훨씬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일을 시작하고 나니, 나란 사람이 으레 그러했듯 긴 주기의 목표를 새로 설정하지 못하면서, 더 이상 어떤 목적을 가지는 행동들을 하나씩 그만두게 되었다. 이제와서 다시 포스팅을 하나 남겨 보는 이유는, 많은 개발자들이 이직하듯 나도 이직하기 위한 목적은 아니다. 최근에 주어진 업무를 해 나가면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있다는 느낌을 잃어버린 지 너무 오래 되었다는 생각이 떠오르는 주기가 짧아지고 있었다. 그렇게 지쳐가면서도 막연히 쉬는 것에 대한 불안함을 느끼며 업무적으로 더 많은 것을 배워서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과, 일과는 상관없는 무언가를 취미처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뒤섞여서, 나도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르는 상황에 덩그러니 놓여져 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간단한 서버 세팅작업을 하면서, 뭔가를 뜯었다 조립하고, 세팅했다가 리셋하고 다시 세팅하다가 실패하고,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을 물어물어 해결한 한 과정이 내가 하고 싶었던 무언가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래서 그 과정을 조금 남겨보고, 앞으로 일을 하면서도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것들을 글로 남기고, 지금처럼 매너리즘에 빠져가고 있을 때 나중에 다시 열어보면서 다시 동기부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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